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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이야기들 (My Story)

명절 증후군

by Kiwiman 2010. 9. 20.


나에게는 명절 증후군이 하나 있습니다.

원래 가족이 그리 많지 않고 친가 쪽은 모두 서울에 가까운 곳에 살았기 때문에 명절이라고 몇 시간씩 자동차나 기차를 타고 가는 일도 없었습니다.

그래도 어릴 때는 명절날 큰집에 가면 명절에만 먹을 수 있었던 음식이 있었습니다. 추석에는 토란국이 있었고 제사나 차래상에만 올라가는 음식들도 먹을 수가 있었지요. 또 어른들께 받는 용돈도 쏠쏠했었습니다.^^

결혼하고 얼마 후 뉴질랜드라는 나라로 이민을 가게 되었습니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곳이다 보니 명절이라고 딱히 오가는 경우도 없었고 우리나라와는 명절이나 휴일이 다르다 보니 명절날에도 평상시처럼 일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아이들은 그곳에서 나고 자라다 보니 우리나라의 명절에 대한 느낌이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명절날이라고 설명도 해주고 마트에서 파는 송편도 사다가 먹었지만 내가 느끼는 그런 명절과는 분명 다르게 느꼈을 겁니다. 외국 생활을 하다 보면 이런 명절 때 더욱 가족이 그리워 지게 되고 명절날이 더 우울한 경우가 많아지더군요. 이런 감정이 반복이 되다 보니 명절이 다가오는 게 싫어지더라고요.

이제는 한국에 들어와 부모님을 모실 수 있어 좋기는 한데 여전히 가족이 한자리에 모일 수가 없습니다. 하나뿐인 동생은 캐나다에 이민 가서 살고 딸아이는 미국에서 대학 다니고 아들은 뉴질랜드에서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대에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으니 참으로 감사한 일이지만 이런 명절이 다가오면 빈자리가 크게 느껴집니다. 내가 이런데 부모님 마음은 어떠실까 생각을 해보면 참으로 죄송스럽기가 한이 없습니다.

언제부터 명절이 다가오면 우울증이 옵니다. 신경도 더 날카로워 지기도 하구요.

따뜻한 차 한잔을 앞에 넣고 이렇게라도 하소연을 하니 조금 나아지네요.^^

가족과 떨어져서 추석을 외롭게 맞이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함께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만날 수 있는 가족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면 따뜻한 추석이 되시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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