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학과에 3학년에 편입을 해서 2년간 좋은 분들 많이 만나서 즐거웠고 공부는 적당히 해서 졸업을 하고 또 하나의 학사학위증을 얻고 나서 그 허전함 때문이었을까 갑자기 공인중개사자격증시험을 보겠다고 학원등록을 하고 7월 말부터 약 100일간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를 했습니다. 월요일에서 토요일까지 4시간 수업에 매주 일요일은 8시간 이상 강행군하는 특강으로 쉬는 날 없이 100일을 달렸습니다.
공인중개사를 준비하시는 분들이 대부분 나처럼 40~50대인 분들이 많고 여성분들도 남자만큼 많습니다. 부동산학과 수업으로 1학기씩 들은 과목이긴 하지만 방송강의로 설렁설렁 듣던 것과는 비교가 안 되는 강행군이었습니다. 공학을 전공하고 컴퓨터와 모형을 좋아하는 나에게 대부분 법률용어로 이루어진 법률과목은 읽고 이해하기도 어려웠습니다. 강의를 한번 들었기에 조금 익숙해진 용어들이지만 시험 준비는 그렇게 호락호락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한번 읽어서는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되어 2번 3번 읽다 보니 공부 속도가 나지를 않았습니다. 이해와 암기를 병행해야 하는데 나의 기억력은 내 맘 같지를 않더군요. 이틀을 못 넘기는 나의 기억력에 나 자신도 놀라면 나의 나이를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공인중개사시험을 보려면 꼭 한원에 다니라던 학교 학우들의 말이 생각이 납니다. 독학이나 동영상으로는 절대로 불가능 하다면 학원에 다닐 것을 권해서 나도 학원 행을 결심한 것이었습니다.
민법 및 민사특별법, 부동산학개론, 공인중개사법, 부동산공법, 부동산공시법, 부동산세법. 6개의 시험과목에서 알 수 있듯이 모두 ‘법’자가 들어갑니다. 많은 법 중의 일부만 하는데도 이런데 전 법을 모두 공부하는 사법고시 준비생들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글자는 한국말인데 한자어가 많고 평소에 안 쓰는 용어와 일반 상식적인 개념으로는 법적인 개념이 짧은 시간에 적응하기에는 100일은 부족한 시간이었습니다.
원시취득, 시효취득, 승계취득, 승역지, 요역지, 물권, 채권, 저당권, 지상권, 지역권, 표현행위, 사실행위, 단독행위, 합동행위, 소멸시효, 채권행위, 물권행위, 비진의표시, 허위표시, 의사표시, 사기, 강박, 대리, 사자, 복대리, 무권대리, 법정추인, 수의조건……
수 많은 법률용어가 나를 어지럽게 하고 수 많은 판례와 암기해야 하는 수 많은 예외사항들….
이제 좀 감이 잡힐 만 한데 시간이 더 없음이 조금 아쉽지만 주어진 시간 안에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습니다. 합격을 했으면 더 좋겠지만 아직 발표는 안 났지만 채점 결과는 불합격이네요.
지난 봄부터 학교 강의 듣고 시험보고 졸업 논문 준비하고 공인중개사 시험 준비하고 원 없이 공부해본 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시험 준비하는 동안 격려해주신 주위 분들께 감사를 드리고 합격의 기쁨을 전해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나의 합격을 통해서 불가능이 없다는 것을 보고 용기를 얻고 싶다는 친구에게는 많이 미안해 집니다.
오늘 서울대 병원에 갈 일이 있어 들렀다가 헌혈을 하고 왔습니다. 젊었을 때는 가끔 했었는데 한국에 돌아 온후 몇 번 헌혈을 하러 갔었는데 한번은 혈압이 낮아서 못했고 또 한번은 내시경 검사한지 한달 이 안돼서 못하고 오늘 3번째인데 힘들게 헌혈했습니다. 이제 3개월에 한번씩 헌혈을 할 예정입니다. 나 자신이 아닌 남을 위해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나씩 실천을 하겠습니다.
갑자기 목표가 없어져서 멍한 느낌입니다. 새로운 목표는 이미 세워놨으니 이제 다시 준비를 하고 열심히 또 뛰어야겠습니다. 누구나 자신에게 맞는 일과 좋아하는 일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을 알고 있습니다. 이제는 그것만 생각하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나의 모든 것을 쏟아 부을 생각입니다.
나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하나님께 기도 많이 해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