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wiman 2009. 6. 15. 00:22

초 혼

김 소 월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心中)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